| 물대포에 찢겨진 5월 마지막 ‘햇살’ | |
| [촛불 현장 연쇄 기고] 소설가 김연수 폭력의 밤 따위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웃으며 정부에 말하던 순간은 갔는지도… |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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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아름다운 장면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.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 사람을 실신시킬 정도의 엄청난 수압으로 뿜어대던 그 치졸하고도 더럽던 물대포의 물줄기 같은 것은, 단지 도로를 점거했을 뿐 그 어떤 폭력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던 시민들을 향해 협박을 서슴지 않았던 그 여경의 구역질나는 목소리 따위는, 결국에는 자신의 친구이며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며, 어쩌면 훗날 자신이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르는 여성들이 마치 먹잇감이라도 되는 듯 으르렁대던 전경들의 그 구호 소리 따위는 말하지 않으련다. 하다못해 청와대 수석이라도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는 소박한 기대를 지닌 시민들이 무서워 물대포와 전경들과 그 구역질나는 여경의 협박 뒤에 숨어 있던 비겁한 자들 따위는, 경찰은 시민들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니 자기들이 먼저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들이 자신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할 리가 없으리라고 믿고 쉴 새 없이 ‘비폭력’을 외치는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라고 명령을 내린 자들 따위는, 자신이 한국에 없는 동안 곧 해임시킬 장관에게 고시를 발표시켜 책임을 전가하고는 돌아와 제일 먼저 소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며 끝까지 비폭력을 외쳤던 시민들에게 경찰특공대 투입으로 소통을 시작한 자 따위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말하고 싶지 않다. 그런 것들 따위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내가 본 젊은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. 밤이었으나, 가로등도 모두 꺼버린 어두움 밤이었으나, 수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린 채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진압당하거나 그 모습을 지켜본, 그토록 어둡고 끔찍한 밤이었으나, 그럼에도 그 밤이 아름답고 행복한 밤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그 친구들 덕분이었다. 투구와 방패와 물대포로 무장한 진압경찰에 맞서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비폭력을 유지한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내게 그 밤은 한없이 밝고 환했던 밤으로 기억되리라.
나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 온몸으로 물줄기를 맞고 선 사람들을 보았다. 또 나는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물대포를 막기 위해 전경버스 위로 올라가 자신의 몸으로 물줄기를 가로막는 사람들을 보았다. 또 나는 앞쪽에서 물대포에 맞아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에도 분노를 애써 삼키며 “비폭력! 비폭력!”이라고, 또 “쏘지 마! 쏘지 마!”라고 애원하고 간청하고 부탁하던 사람들을 보았다. 그들은 그런 모습으로 내게 말했다. 왜 저들은 자신의 친구이며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며, 어쩌면 훗날 자신이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르는 여성들에게 저토록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느냐고. 지금이 2008년이고, 여기가 대한민국 서울이 맞느냐고. 5월31일 오후 7시 가까울 무렵, 여러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서 내가 느꼈던 그 따뜻했던 햇살은, “아, 흡사 이건 소풍 온 것과 같구나”며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 햇살은, 어쩌면 정말 마지막 햇살이었는지도 모르겠다. 2008년 5월의 마지막 햇살이 아니라, 우리가 정상적인 나라의 국민들처럼 평화롭고도 한가롭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부에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의 마지막 햇살 말이다. 그냥 산책을 나가듯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청계천이나 시청 앞으로 가서 서로 깔깔대고 웃으며 정부를 향해 “그건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니 다시 생각해봐달라”고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의 마지막 햇살. | |||||||||||||||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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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.
요즘 나오는 책은 몰라도 예전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작품들은
하나같이 자신이 겪었던 386세대의 아픔을 재탕 삼탕하는 넋두리식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.
반면에 또 나는 386세대의 작가들이 부럽기도 하였다.
그들은 그래도 자신이 몸소 겪은 정치적, 경제적인 일들을 자신의 글로 승화시킬 수 있는
묵직한 공통의 글감이라도 있었으니까.
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오늘 김연수 작가의 위와 같은 기고문을 읽게 되었다.
지금의 촛불집회는 충분히 먼 훗날에도 우리의 기억에 남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
나는 여전히 방관자의 자세로 시국을 바라보고만 있었다.
이제는 내앞에도 글로라도 풀어내고픈 정신나간 정부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도
나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밥벌이를 핑계삼아 모든 걸 눈감아 버린다.
어쩌면 공지영 작가가 그렇게 재탕 삼탕 하며 글에 자신이 겪었던 시대의 아픔을 자신있게 쓸 수 있었던 건
그녀도 역시 지금의 김연수 작가처럼 그 시위현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.
나같이 비겁하게 뒤에 숨어 자신의 안락함이나 쫓다가 주어 들은 이야기로 글을 쓴 것이 아니라
그녀도 시위현장에서 폭력진압에 몸을 다쳐가며 세상을 경험하였기에 그런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.

